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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경향신문에 소개된 라오스 기사를 옮겨 왓습니다. (김원진 기자)


손님들은 4박6일  [라오탐험대]상품을 이용하셧습니다.

(이하 전문)
땡과 짜이는 열두 살 동갑내기다.

l_2016042101002402600219384_99_20160421140209.jpg?type=w540라오스의 옛 수도 루앙프라방에서 오전 6시부터 시작되는 승려들의 탁발 행렬. 루앙프라방의 모든 절의 스님들이 나서는 탁발은 일종의 공양으로 여행객도 참여할 수 있다.

둘은 지난달 26일 오후 8시, 라오스 방비엥의 작은 마을 나두앙의 마을회관에서 열린 축제에 참가했다. 마을회관 너른 마당에 한국과 유럽인 여행객 20여명이 들어섰다. 머리카락이 성인 남성 허리춤 정도까지 자란 아이 50여명과 여행객은 서로 어울려 1시간 동안 전통춤을 췄다. 여행객을 환영하는 일종의 작은 축제였다.

땡과 짜이는 간단한 영어와 한국어를 할 줄 안다. “이루미 모에요?(이름이 뭐예요?)” “안녕휘 가쎄요(안녕히 가세요)”를 연신 내뱉었다. 낯선 외국인과 어울리는 게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묻자 땡은 “학교에서 배운 춤과 노래실력을 발휘할 수 있어 좋다”며 “나하고 겉모습이 다른 손님들과 춤추고 노래하는 것도 재밌다”고 말했다.

짜이가 여행객을 반기는 이유는 또 있다. 짜이네 집으로 홈스테이를 하러 온 여행객들과 대화하다보면 영어, 한국어, 일본어 등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짜이는 “학교에서 책 읽는 공부 말고 여행객들과 어울리며 배우는 게 더 좋다”고 말했다.

l_2016042101002402600219381_99_20160421140209.jpg?type=w540어린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방비엥의 ‘나두앙 스쿨’.

땡과 짜이가 낯선 이방인들과 마주하기 시작한 건 불과 4년 전의 일이다. 대나무로 지은 건물을 학교로 쓰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라오스 나두앙 마을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방비엥 ‘나두앙’ 마을의 작은 실험

방비엥은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서 차로 4시간 거리에 있다. 방비엥은 원래 자연 지형지물을 이용한 여행지로 유명하다. 다이빙과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블루라군은 석회물질로 인해 물이 푸른 빛을 낸다. 양편의 나무 사이로 와이어를 설치한 뒤 트롤리(Trolley)를 와이어에 걸어 이동하는 ‘짚라인’도 산악지형을 이용해 만들었다.

l_2016042101002402600219383_99_20160421140209.jpg?type=w540마을축제에서 관광객들과 어울리는 땡(가운데)과 짜이(오른쪽에서 두번째).

나두앙은 방비엥의 작은 마을이다. 오전 5시가 되면 닭과 소와 말이 거리에 나와 잔뜩 배설물을 싸놓고 제집으로 돌아간다. 라오스의 여느 농촌 마을과 다름없는 풍경이다. 141가구에 총 1258명이 사는 이곳에 학교는 ‘나두앙 스쿨’ 딱 하나이고, 학생 95명에 선생님 9명이 있다. 이 작은 마을에 변화가 온 것은 2012년 마을의 경제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홈스테이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이날 행사를 연 심 말리(29)는 “홈스테이를 한 뒤 조금씩 가난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각 가정에서 한 달 수익의 5%를 마을기금으로 내놓는다”며 “나두앙 마을에 오는 여행객에게 단순히 관광·휴양이 아니라 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나두앙 마을에선 현재 아홉 가정이 홈스테이를 한다. 6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농번기에만 반짝 소득이 오르고, 그외 시기에는 여전히 넉넉지 못한 삶을 산다. 나두앙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종종 쓰지 않는 학용품이나 문구류 등을 기증한다. 나두앙 마을 주민들은 원칙을 세웠다. 기증받은 물품을 절대로 아이들에게 직접 전달하지 못하게 했다. 말리는 “아이들이 한 번, 두 번 받다보면 여행객에게 ‘1달러’를 달라는 식으로 구걸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9시, 축제가 끝나자 땡과 짜이는 친구들과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여행객들과 헤어지는 게 못내 아쉬운 모양이었다. 10분 넘게 “안녕히 가세요”와 “굿바이(Good Bye)”를 외쳤다.

l_2016042101002402600219385_99_20160421140209.jpg?type=w540

■‘흥정’도 인간미 있게

방비엥에서 구불구불한 산길을 넘어 차로 5시간 정도 이동하면 루앙프라방에 도착한다.

유네스코는 1995년 루앙프라방 전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이 때문에 루앙프라방에는 규제가 많다. 새로운 건물을 지을 때 2층 이상 올릴 수 없고, 간판도 일정한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 루앙프라방에서 4년째 거주하고 있는 싸이타(32)는 “루앙프라방에서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나 대형마트는 찾아보기 어렵다. 주민들은 대부분 새벽 시장에서 그날그날 하루 먹거리를 사간다”고 말했다.

해질 무렵에는 왓 마이 사원 근처 도로에 1㎞ 남짓한 야시장이 열린다.

전통의상, 수첩, 접시, 라오스 커피 등 다양한 물품을 판다. 상인들은 7㎡(2평) 남짓한 공간에 돗자리를 펴고, 한손에는 계산기를 들고 있다. 여행객들과 흥정할 때 쓰는 계산기다. 야시장에는 ‘정가’가 없다. 흥정 자체가 이곳의 문화이자 전통이다.

그런데 딱 한 곳, 몽노가 엘리아(16)가 운영하는 ‘잡화점’에만 정가가 붙어 있다. 엘리아는 소금, 차, 원두 등을 판다. 원두는 주먹만 한 분량에 2만낍(약 2800원), 소금은 1만2000낍(약 1700원)이다. ‘왜 정가표를 붙였느냐’고 묻자 엘리아는 대답 대신 안내문을 손으로 가리키며 2000~3000낍을 깎아줬다. 안내문에는 한국어로 ‘한국인은 상품당 1000낍 할인해 드립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엘리아에게는 형이 2명이 있다. 모두 대학에 다닌다. 아버지는 다리에 장애가 있어 일을 못하고, 어머니는 종이 만드는 작은 공장에 나간다. 엘리아가 집안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엘리아는 “형들이 가격표와 안내문을 만들어줬다. 가격을 어느 정도 정해 놓고 흥정을 해야 서로 신뢰가 생기지 않겠느냐고 형들이 말해줬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번 라오스 여행에 동행한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한 것은 ‘사람’이다. 라오스도 최근 10년 사이 급격하게 문명이 유입됐다. 수도 비엔티안에선 꼬마 아이도 스마트폰을 쥐고 있고, 방비엥·루앙프라방을 가로지르는 강가엔 대형 리조트와 각종 위락시설이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여행지 어딜 가도 라오스에서는 여전히 ‘사람 냄새’가 났다.


■이건 꼭 보고 오자 - 탁발 해보고, 쾅시 폭포 보고…몽족 닮았다며 5년 뒤에 또 보자네

라오스의 옛 수도 루앙프라방에는 볼거리가 많다. 오전 6시부터 승려들의 ‘탁발’ 행렬이 이어진다.

‘탁발’은 일종의 공양으로, 루앙프라방에 있는 모든 절에서 승려들이 나와 찹쌀밥을 비롯한 다양한 먹을거리를 받아간다. 현지인이 아닌 여행객도 참여할 수 있다.

푸른 빛깔의 크고 작은 폭포가 이어지는 ‘쾅시 폭포’에도 사람이 몰린다. 쾅시 폭포에서 차로 20분 이동하면 몽족 70여가구가 모여 사는 마을이 있다. 라오스의 인구 구성은 크게 저지대의 ‘라오룸’, 산 중턱에 사는 ‘라오퉁’, 고산지대에 거주하는 ‘라오숭’으로 나뉜다. 몽족은 라오숭의 대다수를 구성한다. 몽족은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 편에 섰다가 1975년 라오스가 공산화되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이때 15만명의 몽족이 라오스를 떠난 것으로 추산된다. 아직도 태국에는 몽족 난민캠프가 있다.

지난달 29일, 니케짜(63)는 어김없이 전통 수공예품을 만들고 있었다. 양옆에는 두 손녀딸 나모리우(13)와 마이라(12)가 일을 거들고 있었다(위 사진). 니케짜는 몽족 마을에 21년 넘게 살았다. 12명의 자녀를 낳았지만 이 중 8명이 병에 걸렸을 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했다.

니케짜는 한국인 여행객들에게 “몽족하고 닮았다”면서 농담을 건넸다. 그는 “예전에는 몽족의 운명이 위태로워 여행객들에게 1년 뒤에 다시 라오스를 찾아도 나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면서 “그래도 조금씩 생활이 안정돼 5년 뒤에 다시 한번 날 보러 라오스에 오라고 농담을 던진다”고 덧붙였다.

니케짜는 몽족의 삶이 전보다 나아졌다고 했지만 손녀 나모리우는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지금껏 할머니 손에 크고 있다. 나모리우는 “매일 할머니 곁에서 바느질도 하고 여행객들과 이야기 나누는 일이 재밌다”면서 “여행객들과 사진을 많이 찍어서 내 얼굴은 아마 여러 나라로 퍼져나갔을 것”이라며 웃었다.



<라오스 | 글·사진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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